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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 이전하고 법적으로 내 소유가 된 이후, 다시 집에 가 보았다. 오래된 집이 쓰러질 듯 버티고 있었는데, 나름 매력적인 모습이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이거 제대로 고쳐서 살아도 뭐 크게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살짝 들었다.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그냥, 작지만 옛날 집의 모습이 정겹게 느껴졌다.
밖에서 봐도 느껴지지만, 제법 경사가 있고, 집이 도로보다 낮게 앉아 있어 땅을 돋워야 한다. 하지만 최대한 단차를 활용하기로 했고, 그 덕분에 1층 주방의 층고가 높게 만들어질 예정이다.
오래된 집들이라 담을 공유하고 있는 듯 했는데 빨간 대문 집과 어떤 모습으로 벽과 벽이 붙어 있는지는 확인이 불가능했다. 철거할 때 꽤 조심스러울 것 같다. 그리고 슬레트 지붕이라 석면은 철거 시 비용이 꽤 많이 든다고 한다. 부동산에서 철거 업체들을 소개해 주었는데, 리담건축에서도 철거 비용을 알아 보겠다고 한다. 양쪽을 비교해 무조건 더 싼 쪽으로 진행하면 된다.
집에 들어서면 작은 마당이 있고 왼쪽으로 본채, 그리고 정면에는 새로 지어 올린 듯한 2층 별채가 있는데, 계단도 있었다. 전 주인 할아버지 말씀으로는 아이들이 크면서 방이 더 필요해 2층으로 별채를 지었고, 나중에는 집 앞에 있는 병원 간호사들에게 세를 주기도 했었다고 한다.
본채의 일부를 가리는 형태로 2층 별채가 지어졌는데 조금만 더 집 상태가 좋았어도, 어떻게 두 건물을 이어 붙여 연결하고 구조 변경하면 나름 예쁜 집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ㅋㅋㅋ 역시 말도 안되는 소리다.
본채에 들어서면 오래된 집이지만 처음 이 집을 지었을 때, 그 주인의 마음이 어땠을지 떠오르며 집 구석 구석 유심히 보게 되었다. 처음 이 집을 지은 사람이 누구인지 모른다. 이전 주인 할아버지도 오래 전 이 집을 샀다고 했다. 어쨌든 이 집을 지어서 처음 들어 왔을 때 어떤 느낌이었을까? 문틀, 창살, 구조, 천장과 벽들 유심히 살펴 보았다. 허물어 버리려니 뭔가 미안하고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길게 놓여진 집은 길이 방향으로 방들이 4개나 있었다. 젤 안쪽에 바깥 창고와 이어지는 작은 방, 가운데는 안방으로 보이는 큰 방, 대문쪽에 작은 방과 그 작은 방 안에, 화장실과 부엌이 연결된 작은 방이 있었다.
오래전 누군가, 지금 내가 고민하듯이 고민하고, 희망을 가득 담아 집을 지었고, 세월과 함께 낡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나도 오래 전 누군가가 고민하듯 고민하고, 희망을 가득 담아, 그 이전의 집을 허물고 그 자리에 새로운 집을 짓는다.
여러가지 복잡한 심정이다. 누군가의 꿈을 허물고 그 자리에 내 꿈을 세운다. 또 자연으로 되돌아가지 않을, 처음으로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는 집을 집고, 또 쉽게 허물고 새로 지으며 깨끗한 새로운 도시는 만들어진다. 그렇게 깨끗해진 그 만큼의 쓰레기가 또 지구의 한쪽에 쌓여간다. 하지만 항상 그렇다. 생각만 깊어질 뿐 아무것도 바꾸지 않고 삶은 계속되는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소시민.
어찌됐든, 옛 집이 허물어지면 그 자리에, 이런 형태의 집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입면을 완성하고 구조변경은 없을 것으로 보고 구조 설계에 들어갔지만, 우리는 어제, 또 구조를 바꿨다. 맨 꼭대기 층에 솟아오른 다락은 없애기로 했고, 3층의 발코니는 실내로 넣고 창밖을 바라볼 수 있는 긴 책상을 두기로 했다. 3층 왼쪽에 창이 있는 곳은 긴 벽을 따라 책장을 짜 넣을 복도형 서재다. 서재의 끝 발코니 자리에 실내 공간을 만들고, 거기에 긴 책상을 두고 책도 읽고, 공부도 하는 공간을 구상하고 있다.
어제, 30쪽에 달하는 공사 견적서를 받았다. 예산이 상.당.히. 초과되었다. 그냥 이전의 그 큰집을 사서 고쳐도 될 ㅠㅠ 하지만 이미 멀리 와 버렸다.
우리가 원하는 예산규모와 과도하게 책정된 부분, 필요 없는 부분과 줄여도 되는 부분들을 간략히 협의했다. 다락을 없애면서 관련된 예산이 많이 줄기도 했고, 새로 견적을 내기로 했다. 정확히 말하면 좀 더 깍아서 견적서를 만들어 주시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 또 계단의 모양과 방향을 바꾸는 문제를 다시 문의했다. 곧 답을 주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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