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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건담

[DABAN] MG SAZABI Ver.ka(2017.11.)

세계의_끝 2019. 5. 15. 21:21

 

다반의 건담, 사자비 버카

평생 처음 조립해 본 건담입니다. 
어린 시절 문구점에서 건담을 팔았었지만, 한번도 조립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문구점에서 파는 몇 백원짜리 장난감들을 두고, 늘 "금방 고장나고 쓸 데 없는" 장난감이라고 하셨고 실제로 그러기도 해서일까요? 어린 시절에는 그런 장난감들은 거의 사 본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더 고급한 장난감도 없었습니다. 어린 아이들은 항상 금방 실증내고, 시간이 지나면 가지고 놀지도 않고 쌓여가는 게 장난감이죠. 그래서 장난감을 사달라 조르면, 전에 사준 것도 안 가져 놀고 그냥 쌓여있지 않느냐는 어머니의 말씀에 적극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크게 반박하지도 않아 떼 쓰지 않고 쉽게 포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레고, 건담, 실바니안 같은 '모으는 재미'를 주는 장난감들은 어른들에게도 꽤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아내는 건담이나 레고 같은 장난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아니, 그럴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들을 좋아하고 즐겨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럴거라고 여기고 있다는게 정확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베트남 하노이에 거주하던 마지막 해에 건담을 한번 만들어 보라며, 주문을 해 주었습니다. 

여보, 건담 한번 만들어 볼래? 
건담 같은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만든 걸 봤는데 이 건담은 너무 이쁘고 멋진거야. 주문해 줄게.

그렇게 저는 2017년 11월, 마흔 세살의 나이에 처음으로 건담을 조립하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고, 모든 걸 잊고 무언가에 집중한다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목공에 취미가 있어 4~5년 정도 공방에 다니며 TV장,  CD장, 옷장, 책장, 침대,  캣타워 등을 만들기도 했는데요. 목공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습니다. 특히, 관절의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잇고 또 이어지는 작은 부품들이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제목에서도 알 수 있지만, 제가 만든 이 건담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의 반다이(BANDAI) 사의 건담이 아니라 중국 다반 사의 건담입니다. 베트남에서 지인의 추천으로 샀는데, 꽤 괜찮았습니다. 

하노이에서 태어난, 다반의 사자비 버카.

결국, 저는 건담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상당히 좋아하지만 건담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건담 애니메이션을 볼 생각은 그닥 없습니다. 건담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할 생각도 별로 없습니다. 그냥 멋져 보이는 건담이 있으면 그냥 하나씩 만들어 보고 있습니다. 도색은 꿈도 꾸지 않습니다. 그냥 있는대로 조립하고 세워두고 바라보는 딱, 그 정도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크릴로 케이스 속 사자비

2018년 초, 귀국 준비하면서 중국 '다반'의 건담을 MG 스케일로만 몇개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와서 하나씩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 건담과 함께 마음 수련(?)에 들어갔습니다. 목공은 공방에 가야하지만, 건담은 가족들과 함께 앉아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쉬어가며 할 수 있는 취미라는 점에서 참 마음에 듭니다.

많이 아쉽지만, 그렇게 1년간 몇개의 건담을 만들고 지금은 쉬고 있습니다. 운동도 하지 않는 제가 엘보에 걸려 반병신(?)으로 살고 있습니다.
발꿈치를 구부려 작은 것을 쥐고 힘쓰고 비틀고 자르는 소소한 움직이도 벅찹니다. 그 작은 움직임도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내가 마음껏 손을 뻗고 잡고 옮기는 그 작은 움직임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가슴 깊이 깨닫고 있는 중입니다.

작년에 반다이 건담을, 제대로된 정품 건담을 조립하고 싶어 자쿠를 조립했는데, 자쿠가 참 매력적입니다. 팔이 다 나으면 자쿠를 종류별로 한번 도전해 보고 싶네요. 건담도 하나씩 포스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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