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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기/설계

주택 설계 1 - 계획설계

세계의_끝 2019. 10. 23. 00:16

 

주택을 짓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 설계라고 한다. 실제로 설계에 공을 들이고 있고, 2달이 조금 지났지만 여전히 설계 중이다. 정확히는 계획설계 중이다. 

집을 지으려면 먼저 집을 잘 짓는다는 '사장님'을 찾아 수소문하기 시작하는데, 누구에게 설계를 맡겨야 하나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설계와 시공을 함께 하든, 분리하든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 설계를 맡기냐는 것이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일에는 계획(설계)이 우선이다.

지금도 마음이 가는 평면도(계약 전 간략히 그려주신 평면도)

집 짓는 단계는 간단히 살펴 보면 세 단계이다. 설계 - 공사 - 준공. 하지만 정말 중요한 부분들을 고려한다면, 집 짓는 단계는 좀 더 복잡해진다. 좀 더 복잡해진 집 짓기 단계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단계의 필요성에 충분히 공감하지 않으면 답답해지고, 빨리 빨리 진행하려 하게 되면서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한다. 

철거(측량) - 계획설계 - 실시설계(인테리어 설계) - 건축허가 - 건축 - 준공 - 입주 

이 단계들은 필수 단계라 생각해야 되고, 각각의 단계에 모두 공을 들여야 한다. 대충 엎어서 함께 진행하려 해서는 안될 것 같다. 순서는 경우에 따라 바뀔 수도 있겠지만, 각각의 단계는 전체 단계를 고려해서 고민하고 진행해야 한다. 

이번에는 설계 부분만 포스팅할 생각이지만 철거 얘기를 먼저할까 한다.


현재 계획설계 중인데, 설계 하면서도 계속 아쉬움이 있다. 실측을 하지 않고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포스팅한 내용에도 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땅을 계약하고 2달 뒤에 잔금을 치르기로 했다. 그래서 잔금을 치르기 전까지는 섣불리 철거를 진행하지 못했다. 그 상황에서 지적도 등을 통해 땅의 경계를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설계 중이다. 그러다 보니, 집 뒤에 있는 아주 좁고 작은 골목과 양 옆에 자리 잡은 주택과의 경계, 담벼락의 정확한 위치 등이 확인되지 않았다. 오래된 주택들의 경우, 경계 측량이 잘못되었거나 의도치는 않았지만 경계를 침범하여 담을 세운 경우가 있다고 한다. 

설계 중인 땅. 아직 철거를 하지 않아 실측을 하지 못했다. 주변의 집들과 담이 맞닿아있다.

그런 것들을 감안하면 이격거리를 보수적으로 잡아 설계를 할 수밖에 없다.  협소주택을 설계하다 보면, 10센티 20센티가 얼마나 간절한지 모른다. 10센티 20센티 차이에서 책상과 책장이 함께 들어가느냐, 쇼파가 놓여지느냐 마느냐가 정해지기도 한다. 건물 외벽을 좀 더 밀고 당기며 공간을 만들어갈 때, 실측 후 발생할 수 있는 오차를 감안해서 최대한 경계와의 이격거리를 여유있게 잡아 두어야 했다. 따라서 협소주택을 지을 때, 가능하다면 철거를 하고 실측을 한 후 설계를 하는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다시 설계로 돌아와서,

계획설계란, 쉽게 말해 평면도를 그리는 것이다. 어떤 공간을 어떻게 구성하느냐 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주택을 지을 때 가장 기초가 되고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여기에 가장 많은 시간과 가장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 계획설계에 들어가기 전에 정말 많은 사례의 도면을 보고 생각하고 고민했었다. 요즘 유명한 '한글주택'부터 시작해서 여러 시공사들, 건축잡지, 블로그 등을 방문하며 좁고 긴 주택들과 3층 주택, 협소주택, 그리고 그들의 세부적인 평면도를 캡처하기 시작했다. 공간을 어떻게 나누었는지, 얼마나 효율적인지 등등. 그래서 설계사를 만났을 때 우리가 원하는 공간의 컨셉트와 전체적인 형태 등에 자세히 설명했고, 이를 잘 공감하고 이해하는 분과 손을 잡았다.

내가 계약을 고민했던 설계사 분들이 계획설계 단계에 대해 공통적으로 하신 말씀이 있다. 

- 설계에 최소 한달에서 보통 두달 이상 걸린다. 
- 수정에 수정을 반복하며 자주 만나게 될 것이다.
- 설계가 마무리 되면 평면도와 입면도 그리고 3D 도면을 보며 전체적인 구조를 확인해 볼 것이다.  

정말 그랬다.

계획설계는  최소 두달의 시간적 여유를 가져야 하고, 수정에 수정을 무한 반복할 거라 생각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을 느꼈는데 쉼이 필요하다. 생각을 쉬어야 한다. 공간 하나하나에 신경을 쏟다보면 어느 한 곳에 꽂히면서 점점 원래 뜻했던 바와 멀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여유를 가지고 다시 생각해 가며 공간을 구성해야 한다. 그리고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각오를 해야 한다.  

계획설계가 마무리되어 갈 무렵, 우리가 요구한 변경 사항들.

요구할 사항은 반드시 요구해야 하고, 내 생각과 다르더라도 설계사의 조언도 충분히 귀담아 들어야 한다. 정말 열린 마음으로 서로 소통하지 않으면 조금씩 고집을 부리게 된다. '고집'이 시작되면 좋은 방향으로 가기 힘들다. 우리도 그런 부분이 조금 있었지만, 도면 뿐 아니라 내 생각도 수정해 가면서 진행하고 있다. 

마지막일 거라 생각했던 위의 변경 요구사항을 충실히 반영해 설계도가 나왔지만, 이후에도 여러 번 수정을 했다. 주방 툇마루를 없앴고, 서재의 툇마루도 없앴다. 2층의 거실과 안방은 통채로 위치를 바꿔버렸다. 처음 설계도를 받았을 때, 우리는 주방, 정원, 서재공간과 아이들 방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데 모든 신경을 쏟고 있었다. 그리고 마무리가 되어갈 무렵 거실이 너무나도 좁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고 고민이 깊어졌다. 계단 난간에 TV를 설치하면 거실을 더 넓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 빨간색으로 표시해서 도면 수정을 부탁했다. 

우리는 대략 이런 느낌.

이런 구조는 티비의 하중을 위한 고민도 해야 하지만,  콘센트가 들어갈 자리(최소 10cm의 벽두께) + TV브라켓 +TV 을 생각하면 계단으로 올라와서 다음 층으로 올라가기 위한 복도에 제법 두꺼운 벽체와 TV가 자리 잡게 되는 그런 문제가 있었다. 시공 사례를 찾아보아도 썩 만족스러운 결과물은 없었다. 예쁜 궁여지책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좁은 거실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다시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고, 리담건축 대표님도 깊은 고민에 빠지셨다.

협소주택을 짓겠다는 생각이 무모했던가? 우리가 원하는 공간이 이렇게 힘든가? 하는 생각에 잠시 '집' 생각은 안하기로 했다. 건담도 만들며 며칠 쉬다가 모두 잠든 밤에 혼자 도면을 펼쳤는데, 허탈함에 웃음이 나왔다. 2층은 공간이 단순하다. 거실, 화장실, 안방 딱 세개의 공간이 있다. 남쪽은 넓고, 북쪽은 계단과 화장실 때문에 좁다. 설계를 시작하기 전,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공간인 1층 주방과 2층 거실을 모두 넓게 두자고. 그런데 우리의 생각은 어이 없는 곳에서 막혀 있었다.
애초에 안방에 드레스룸과 붙박이장을 설치해 수납을 최대한 많이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싶어 안방을 남쪽 넓은 곳에 두었는데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거실이 좁아지는 문제가 생긴거다. 안방은 해결됐으니 이제 북쪽의 거실만 해결하면 된다는 생각에만 빠져 있었던 것이다. 안방과 거실의 위치를 바꾸면 된다. 안방은 잠만 자는 공간으로 두고, 거실을 원래 계획대로 넓게 가족이 함께 하는 공간으로 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ㅎㅎㅎ 생각이 막혀 멈췄을 때는 쉬어야 한다. 

또 하나, 

주택이 다 지어지면, 가져갈 가구와 가전제품을 정하고 사이즈를 실측해 두어야 한다. 그 상태에서 어디에 넣을지 정하고 이 신축한 집에 들어가야 할 가구들과 함께 설계를 해야 한다. 협소주택의 경우, 작은 공간에 큰 가구들을 넣어야 하기 때문에 꽤 중요하다. 대표님과 두번째 만남에서 우리는 대표님을 우리 집으로 초대를 했다. 오셔서 우리 집의 분위기나 여러 상황들을 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날 대표님은 우리 집을 방마다 살펴 보시면서 가져갈 가구와 가전의 사이즈를 정리해서 메일로 보내 달라고 하셨다. 그 전에 우리는 노트에 정리해서 공간을 구상할 때, 어줍짢게 짐작해 보곤 했었는데, 설계도에 바로 반영이 되고, 공간을 수정할 때도 충분이 가구들을 고려할 수 있어 한결 편했다.

미리 적어둔 사이즈를 정리했다.

설계사가 요구하지 않더라도 가져갈 가구들 구입 예정인 가구들의 사이즈를 적어 방과 거실 등에 넣어서 설계를 해 달라고 부탁하면 공간을 계획하는데 훨씬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렇게 계획설계가 끝나면 실시설계를 한다. 계획설계는 누구나 건축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추고 있으면 가능하지만, 실시 설계는 자격을 갖춘 사람이 해야 한다고 한다. 건축허가신청할 때 제출하게 될 설계도이고, 실시설계를 바탕으로 실제 시공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제 계획설계가 마무리되면서, 실시 설계도 진행 중이다.  건축허가 신청도 들어갈 것이다. 인테리어 설계를 진행해야 할 차례다. 열심히 인테리어 검색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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