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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바라에서 온천을 즐기고 짧디 짧은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습니다.
이제 마지막 일정입니다. 소박한 코스였지만 참 마음에 들었던, 성지순례 코스보다 마음이 더 편안해졌던 그런 일정이었습니다.
1일차 : 후쿠오카 공항 - 이온몰 쇼핑 - 나가사키
2일차 : 26인 순교자 성지 - 원폭 기념관(평화공원) - 콜베 신부님 기념 성당 - 치지와 전망대 - 운젠지옥 - 시마바라
3일차: 시마바라 성당 - 잉어가 헤엄치는 마을 - 아리아케 페리 탑승 - 야나가와 뱃놀이 - 돈키호테 쇼핑 - 이온몰 쇼핑 - 후쿠오카 공항
아침에 시마바라 성당에 미사를 할 계획이었습니다.
호텔에서 아침을 먹은 후 친구와 친구의 아들을 먼저 보내고,
미사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근처에 있는 토석류피재 가옥보존 공원에 다녀 왔습니다.
토석류피재 가옥보존공원
https://goo.gl/maps/Z2yiNoeDHLUK7Fdr7
작은 공원이지만 화산폭발 후 토석류가 산사태처럼 쏟아져 내려오며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고 합니다.
파뭍히고 지붕만 남은 집들을 잘 보존하여 둔 공원입니다. 무료 입장이어서 호텔과 가까우니 시간 남을 때 다녀올만 합니다.
사진과 설명 자료들이 있는데 일본어를 몰라도 피해가 꽤 컸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코스인 성당으로 이동하였습니다. 민대표가 미사시간까지 알아와서 시간 맞춰 성당에 도착했습니다.
거리도 가까워 가벼운 마음으로 성당에 가는 동안, 웬지 여기까지 와서 미사를 하고 싶지는 않다는 ㅋㅋ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미사 시간이 잘못 알아서 미사를 놓쳤으면, 그래서 예쁘다는 성당만 구경하고 나왔으면 하는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약간 여유있게 성당에 도착했는데요
성당은 우리의 바람대로 미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신의 뜻인가? 아.. 신의 뜻일리는 없구나.. 여튼 알 수 없습니다. ㅋㅋㅋ
시마바라 성당
https://goo.gl/maps/DQgZDC38oroM1gzv7
멘붕에 빠진 민대표가 성당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신부님을 만났습니다.
원래는 미사가 있는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민태표가 틀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날이 순교를 기념하는 날인가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어제 지나왔던 운젠지옥 쪽 성당에서 이 지역 성당들이 함께 모여 행사를 하고 미사를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신부님은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성당에 미사하러 올까봐 알려주기 위해 나와 계셨다고 합니다.
친절하게 성당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 주셨고,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는지 한국말로 주의 사항, 화장실 등 안내가 되어 있었습니다.
요 근래에 본 가장 멋지고 아름다우면서도 소박하고 따뜻한 성당이었습니다.
친구들과 성당을 구경하며, 이건 그냥 성당이 아니라 '아~트'라고 칭찬을 했는데,
역시 순교 '기념성당'이고, 최근에 지어졌다고 합니다.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담한 돔형의 외형부터 제대 뒤쪽 아래에서 들어오는 빛과 십자가의 예수, 예수는 고개를 들어 우측 하늘을 바라 보고 있고, 시선의 방향으로 조명이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제대 뒷벽의 문양도 상당히 아름다웠고, 사진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성모상도 '아트' 였습니다. 그리고 성당 제대 앞에 섰을 때 하늘에 올려다 보이는 천장은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이 성당은 스테인드 글라스까지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일본 스타일의 그림이 사실적으로 그려진 유리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성당의 하나하나가 참 마음에 들었고, 소박하고 아담하면서도 화려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는 성당이었습니다.
우리가 성당에 푹 빠져 있는 사이 민대표는 또 다른 고민에 빠졌습니다.
미사 시간만큼 공백이 생긴겁니다. 다음 장소로 바로 이동하고 싶었으나, 우리는 패리를 타고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배시간 동안 할일이 없어진 겁니다. 열심히 검색하던 민대표가 성당에서 가까운 곳이면서 미사 시간만큼을 보낼 수 있는 적절한 곳을 찾아냈습니다.
'잉어가 헤엄치는 마을'
여기가 대박이었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스타일의 산책이었습니다. 오래된 집과 깨끗하게 정비된 골목이 있는 마을. 우리 나라처럼 먹거리와 기념품샵으로 붐비지 않는 조용한 산책 코스.
잉어가 헤엄치는 마을
https://goo.gl/maps/Pg4EmhTpbVKM4oYT7
관광안내소 같은 곳에 주차를 했습니다. 기념품도 파는 것 같았고 깨끗하게 잘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기념품 가게 보다는 저는 연못에 꽂혀 있었습니다. 저는 연못이 참 좋습니다. ^^
여기서 부터 관광지도를 보며 무작정 걸었습니다. 조용하고 차분하고 깨끗한 거리가 저는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렇게 마을 길 사이로 흐르는 물이 상당히 깨끗했고, 잉어들이 정말 헤엄치며 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무료 족욕탕과 마시는 온천을 찾아 걷던 중, 우연히 엄청난 곳을 발견하고 들어갔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오래된 집'이었습니다.
100년이 넘은 주택을 지자체에서 매입해 수리를 했는데 대부분의 나무들과 유리가 100년 전의 것들이라고 합니다. 상당히 깨끗이 관리되어 있었고, 친절한 안내도 받았습니다.
일본식 작은 정원과 일본 전통 가옥의 특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하구요. 방에 앉아 쉴수도 있었습니다.
여기는 무료였구요. 또 다른 집이 있었는데, 그곳은 입장료가 있어 밖에서 구경하고 패스했습니다. ㅋ
미사를 못 드리고 보낸 시간이었는데, 참 평화로운 시간이어서 이건 축복이라며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우리는 족욕을 하고, 웬지 괜찮을까? 걱정하며 온천물을 맛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온천물에 커피를 타서 마시면 맛있다고 하는데 미리 알았으면 종이컵과 믹스 커피를 준비해 올 걸 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이 동네 온천도 괜찮아 보였습니다.
다리가 벌개 지도록 담그고 있었는데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었고, 얼굴에 송골송골 땀이 맺혔습니다. 물은 처음 발을 담글 때는 상당히 뜨거웠지만 담그고 있다 보니 견딜만 했습니다. 웬지 건강해지는 느낌.
계획에 없었던 소소하고 편안한 코스였습니다. 정말 마음에 들었네요.
여행자인지 마을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젊은 여성분이 온천물을 패트병에 담아서 챙겨 가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몸에 좋다기에 마셔봤는데 맛은 그닥, 뜨뜻한 온천물은 뭔가 취향에 맞지 않았습니다만, 왔으니 봤으니 마셔봐야죠.
그리고 역시 집사인 저는 골목에서 또 고양이를 만났습니다.
냥사마, 편안하게 잠드신 모습이 좋아 다가갔더니 살짝 짜증을 내셨습니다. 집에 계신 냥님들은 잘 계실까 궁금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되어 패리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했습니다.
아리아케 페리
https://goo.gl/maps/g2TB7mZZnLcGdfzr6
제주도 여행가면서 차를 배에 싣고 간적이 있었습니다. 공항 수속에 버금가는 대기시간 때문에 힘들었는데, 여기는 금방이었습니다.
배가 작기도 했고, 차량 결박을 아주 간단하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거리가 짧고 파도가 잔잔한 편이어서인지 모르겠만...
어쨌든 차로 이동하면 한참을 돌아가야 하는데 배로 이동하면서 이동거리도 짧아지고 시간도 단축됩니다. 게다가 긴시간 운전하지 않아도 되구요. 일본사람들도 상당히 많이 이용한다고 합니다.
배 안에서 발견한 햄버거, 덮밥, 고로케, 타고야키 자판기입니다. 심지어 감자튀김, 타코야끼도 자판기로 뽑아 먹었습니다. ㅋ
배에서 내리자 마자 이동한 곳이 바로 야나가와 뱃놀이입니다.
야나가와 뱃놀이
https://goo.gl/maps/vHbiMiCdDxYNqTVE9
베트남에서 몇번 갔던 닌빈의 짱안이나 땀꼭과 비슷한데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날씨도 많이 덥지 않아 조용하게 뱃놀이를 즐겼구요. 뱃사공이 마지막에는 노래를 불러줍니다. ^^
의외로 시간이 빨리 갔습니다. 이야기도 하고 뱃사공의 노래도 듣고 사진도 찍고 주변의 풍경도 감상하는 코스였습니다.
배가 많이 고팠습니다. 어짜피 우리가 정하기 나름이라 점심을 어디에서 뭘 먹을지 뱃놀이 중에 진지하게 토론했습니다. 나는 마지막은 또 라멘으로 마무리 하고 싶었지만, 친구들이 면은 그만 먹자며 ㅠㅠ
결국 돈가스로 정했습니다. 가는 길에 검색되는 괜찮은 돈가스집을 민대표가 검색하더니, 좀 돌아 가야 먹을 수 있는 곳과 가는 길에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는데, 둘 중 돌아 가는 길이 더 알려진 맛집이라고 해서, 당연히 우리는 그냥 가는 길에 먹을 수 있는 곳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그냥 만사가 귀찮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기 싫어합니다. ㅋㅋ
돈가스집
https://goo.gl/maps/V2ZoCtCeRWbUiUrh6
이름이 복잡해서 읽기 힘든 돈가스 집입니다. 여기도 꽤 오래된 듯했습니다.
옛날 가계를 리모델링을 한 그런 식당이었는데 맛을 보고 깜짝 놀랬습니다. 한국의 사보텐, 하루야 등 뭐 이런 돈가스 집들이 거의 일본 현지 맛을 그대로 재현하는 우수한 식당이었습니다. 그냥 한국에서 먹는 일본식 돈가스와 별 다를게 없었는데, 이 집만의 특제 소스는 역시 달랐습니다. 맛있었습니다.
신발장이 상당히 오래되어 보였고, 열쇠가 특이했습니다. 열쇠를 보는 순간 그냥 딱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어머 이건 찍어야해.'
나무마다 홈이 다르게 파여져 있어, 맞춰서 끼우면 딸깍하고 문이 열립니다. 신기합니다. 독특합니다. 오래되었습니다. 이거 하나로도 즐거워졌습니다. 밥 시켜 놓고 한명씩 사라져서 보니 다들 가서 사진 찍고 오는 것이었습니다. ㅋ
그리고 배를 채운 우리는 그 유명한 동키호테, 이온몰에 들러 라면, 동전파스, 입욕제, 젤리, 초콜릿, 폼클렌징 등을 샀습니다.
일본 라멘을 좋아해서 홀린 듯 라멘을 사와서 맛있게, 아껴서 먹고 있습니다. ^^
이렇게 여행이 끝났습니다.
나이 들어서 친구들과 다니는 여행이 주는 거 없고 받는 거 없이 그냥 마냥 즐거웠습니다.
다시 어린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는 얘기도 많이 하는데, 사실 그렇지는 않더라구요. 어린시절로 간 것 같지는 않았고 ㅋㅋ 어린시절 걱정없이 마냥 즐겁게 놀던 그런 즐거움은 있었습니다. 다들 돌아오기 싫었습니다. 너무 짧다며 아쉬워했습니다.
벌써 북해도 가자는 얘기도 나옵니다.
다음에도 꼭 가야겠습니다. 즐겁고 재미있는, 스트레스와 걱정 없는, 통역사 겸 가이드 겸 기사를 하며 일인다역을 해준 민대표 덕에 즐겁게 놀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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