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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본(큐슈)_2019

일본 - 큐슈 여행 1

세계의_끝 2019. 5. 30. 01:23

아주 오랜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큐슈!

45살 친구들의 여행입니다. 모두들 가정은 버려두고, 한달에 무려 만원씩 내는 곗돈 모아 떠난 여행입니다. 
주말을 이용해 빡빡한 듯하지만, 여유로운 일정으로 다녀왔습니다. '온천 + 가톨릭 성지 순례 + 관광 + 쇼핑'의 친구들의 다양한 요구를 모두 수용해 일본 여행으로 먹고 사는 친구(우리는 민대표님이라 불렀다. 이하 민대표)가 일정을 짜고 민대표가 상품기획+기사+가이드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네요. ㅋ
패키지 여행을 자유여행처럼 다녀왔습니다. 혹은 자유여행을 패키지 여행처럼 편하게 다녀왔습니다. 

대략 일정은


1일차 : 후쿠오카 공항 - 이온몰 쇼핑 - 나가사키
2일차 : 26인 순교자 성지 - 원폭 기념관(평화공원) - 콜베 신부님 기념 성당 - 치지와 전망대 - 운젠지옥 - 시마바라
3일차: 시마바라 성당 - 잉어가 헤엄치는 마을 - 아리아케 페리 탑승 - 야나가와 뱃놀이 - 돈키호테 쇼핑 - 이온몰 쇼핑 - 후쿠오카 공항


대략의 코스. 짧은 일정에 꽤 알차게 다녔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원폭기념관까지입니다. 


1일차 : 후쿠오카 공항 - 이온몰 쇼핑 - 나가사키
2일차 : 26인 순교자 성지 - 원폭 기념관(평화공원) - 콜베 신부님 기념 성당 - 치지와 전망대 - 운젠지옥 - 시마바라
3일차: 시마바라 성당 - 잉어가 헤엄치는 마을 - 아리아케 페리 탑승 - 야나가와 뱃놀이 - 돈키호테 쇼핑 - 이온몰 쇼핑 - 후쿠오카 공항


 

후쿠오카 도착. Welcome!

먼저 도착한 친구들이 차를 렌트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고, 저녁 늦게 도착한 우리는 원래 계획과 달리 공항 근처의 마트의 푸드 코트에서 저녁을 먹기로 하고 '이온몰'로 이동했습니다.

일본은 스시와 라멘이지. 라멘, 볶음밥 세트 주문

하노이에서 지내던 때, 하노이에 이온몰을 개장하면서 하노이가 들썩였습니다. 거리가 꽤 있었지만 몇번 다녀 왔었는데요. 일본의 이온몰이 하노이에서 더 익숙했던 저는 일본에서 만난 이온몰이 반가웠습니다. 하노이의 뭔가를 만난 느낌 ㅎㅎ. 
라멘과 볶음밥은 역시 짭니다만 맛있었습니다. 

이온몰에서 저녁을 먹고 호텔에서 먹을 맥주와 안주 중심으로 쇼핑을 한 후, 호텔로 향했습니다.

실제로는 2시간 조금 넘게 걸렸습니다.

나가사키까지 꽤 긴 시간이었습니다.
어쨌든 가이드해 준 친구의 설명에 따르면 나가사키는 '언덕의 도시'로 불린다고 합니다.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나가사키로 들어서는 터널을 통과하자 마자 바로 도시가 펼쳐집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부산처럼 바다 바로 앞에 둔 산위로 켜켜이 집들이 싸여 있는 듯한 모습인데 경관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사진으로 찍어오지 못한게 지금은 살짝 후회가 됩니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해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인데 이번 여행에는 카메라를 챙기지 않았습니다. 발꿈치 엘보가 심하게 와서 무언가를 드는게 너무 힘들어서 폰으로도 많이 찍지 않고, 오로지 순간을 즐기기로 했습니다. 사진 찍느라 뷰파인더 보기 바쁜 여행보다 좀 더 여유롭게 경치를 관망하며 즐긴 여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만.
역시 사진을 많이 찍을걸 후회가 되는 건 사실입니다. 

첫 번째 숙소, 제 취향에는 대만족입니다. 

나가사키 일승관

https://goo.gl/maps/v3wJg2yVbR37RWbS8

 

Nagasaki Nisshōkan

★★★★☆ · 호텔 · 20-1 Nishizakama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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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오래되었지만 깨끗하게 관리된 호텔을 좋아합니다. 
새로 지어 새 집 냄새가 나거나 지나치게 현대적이고 깨끗한, 모든 집기가 반짝이는 화려한 호텔보다는
조금 소박하지만 옛날의 느낌이 그대로 남아 낡은 듯하지만 아주 잘 관리된 호텔. 제가 좋아하는 호텔풍입니다. 

오랜만에 만나 기쁜 마음으로 회포를 풀었는데, 사진을 찍고 보니 야쿠자 같아 보임.

말레이시아 랑카위에서도 그랬고, 베트남 달랏에서도 정말 만족스러운 호텔에 묵었는데 저는 오래된 호텔, 옛날의 방문 손잡이와 전기 스위치,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창문 이런게 좋습니다. 일승관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나가사키 일승관에 대욕탕이 있는 걸로 봐서 온천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호텔 안내문에 소개된 대욕탕이 온천인지 그냥 목욕탕인지 의견이 분분했는데, 왜 민대표에게 물어보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 여튼 시간은 늦었고, 대욕탕 시간도 끝난 후라, 온천은 일찌감치 포기했습니다. 확실한 건 일승관은 온천으로 추정되는 대욕탕이 있는 호텔입니다.  

어쨌든 참 좋은 호텔이었습니다. 하지만, 같이 자던 민대표의 코골이는 핵폭탄급이었습니다. 정말 밤새 거의 한숨도 잠을 못 잤습니다. 

일정 시작 전 꼭 만나야할 친구 조식이.

일승관 조식이

일승관 조식은 뷔페식입니다. 아주 일본다운 차림입니다. 작은 개인용 쟁반에 접시와 그릇에 음식들을 담아와서 먹을 수 있습니다. 낫또가 맛있었네요. 커피도 꽤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호텔 아침식사를 '조식이'라 부릅니다. 호텔 예약할 때마다 조식이만 찾습니다.ㅋㅋ
여행을 다니면 항상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깨끗한 3성급 정도의 호텔을 찾습니다. 그리고 조식이 포함된 프로모션을 선택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두 딸을 아이들을 데리고 호텔에서 나와 아침을 제공하는 식당을 찾아다니는 것도 힘든 일입니다.
여러 면에서 조식이랑 함께하는 게 좋더라구요. 일어나 씻고 정리한 후 아침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그날의 일정을 점검하는 동안 아이들을 먼저 방에 들어가 잠시 휴식을 취하는 시간. 참 여유로운 아침을 시작하게 합니다.
그러서 그런지, 그냥 문득 가만히 일상을 지내다 보면 조식이가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여행을 떠나고 싶다기 보다 그냥 호텔 조식을 먹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아침을 먹고 우리는 민대표가 모는 9인승 승합차를 타고 첫 일정을 시작했는데요. 정말 황제 여행이 이거다 싶을 정도도 첫 출발이 가볍고 산뜻했습니다. 항상 아내와 두 딸을 이끌고 매 순간 구글지도 열고, 위치 확인하고 버스나 열차 일정표, 박물관 등 입장료, 관람시간, 식당 등 검색하고 찾고 헤메고, 카페에서 쉬면 다음 일정 검색하고 위치 확인하고...... 그런 것 없이 인솔자 따라 편하게 움직이는 여행.
그 출발부터 너무 홀가분하고, 좋았습니다. 이래서 패키지 여행 다니는구나 싶었습니다.

첫 일정은 '26성인 기념관'이었습니다. 지도상에 목적지를 정확히 찍지 않았네요. 

일본 26성인 기념관

https://goo.gl/maps/m67B7R1WDroVbJbJ7

 

일본 26성인 기념관

★★★★☆ · 지역사 박물관 · 7-8 Nishizakama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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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할 무렵 비가 조금씩 내리더니 순교성지에 도착하니 빗방울이 꽤 굵어지고 있었습니다. 비를 맞아가며 친구의 설명을 듣게 됩니다.

나가사키가 항구도시로 외국문물을 일찍 받아들이면서 가톨릭 신자가 아주 많았다고 합니다. 나가사키 지방의 영주가 세례를 받을 정도였다고 하는데요. 이를 탄압하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잡혀온 카톨릭 신자 26명을 여기로 데려와 처형을 했다고 합니다.
기념관과 성당이 함께 있습니다. 

비가 와서 그랬는지 더 처연하게 느껴지는 곳이었습니다. 

저 거대한 순교기념비 뒤로 기념관이 있습니다. 아주 조용하고 소박하지만 알찬 정보들을 담았는데요. 일본어라 다 알지는 못하지만 중요한 것들을 한글로 적혀 있구요. 정말 중요한 내용은 친구가 다 설명해 주니, 이 보다 좋은 여행이 있을 수 없었습니다. 

탄압을 피하기 위해 불상이나 다른 조각상을 예수님이라 여기며 기도했다고 합니다. 왼쪽은 신라에서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반가사유상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기념 성당이 아주 특이한 모습으로 우뚝 서 있습니다. 

성필립보 성당

https://goo.gl/maps/D1MzYV5K3kQWWeLW7

 

성필립보성당

★★★★★ · 천주교 성당 · 7-8 Nishizakama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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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에 보이는 성당 양쪽에 세워진 탑은 도자기로 장식이 되어 있는데, 26인의 순교자들이 이송되면서 걸어왔던 길, 한달이 넘는 긴 순교의 길에 거쳐갔던 각 도시의 도자기들을 모아 장식했다고 합니다. 

성 필립보 성당
성당 내부는 깨끗하고 포근하면서도 소박해 보였습니다. 

비는 오는 듯 마는 듯 흩뿌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끔 뜬금없이 굵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승합차와 편하게 부려 먹는 가이드 겸 기사인 민대표가 있었습니다. 시키는대로 차에 타고 우리는 원폭 자료관과 평화 공원으로 이동했습니다. 

나가사키 원폭 자료관

https://goo.gl/maps/85zQSFYKRuMshpQ2A

 

나가사키 원폭 자료관

★★★★☆ · 전쟁 박물관 · Hiranomachi, 7, 7番8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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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 자료관에는 정말 충격적인 자료들이 많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었지만, 저는 찍을 수 없었습니다. 차마 폰을 들고 찍을 수 없었습니다. 그 중 하나만 찍었는데요. 

원폭이 터지면서 복사열이 순식간에 퍼져나가면서 나뭇잎과 가지를 지나며 벽에 닿은 자국입니다. 엑스레이처럼 자국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자료관에서 나오면 걸어서 폭심지 공원과 평화공원의 평화기념상까지 갈 수 있습니다. 30분 정도면 평화 기념상까지 천천히 걸어 도착합니다. 사진은 거의 찍지 않았는데요. 피해 자료관들 때문인지 잠을 못 자 피곤해서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조용히 걷기만 했습니다. 

 

평화공원

https://goo.gl/maps/fwpJPjdtp2GgLNSs7

 

平和の泉

★★★★☆ · 관광 명소 · 9-9 Matsuyamama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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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심지 공원과 평화공원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원자폭탄은 땅에 닿아서 터지는게 아니라 공중에서 폭심지 공원의 중심 상공 200m 지점에서 폭발했다고 합니다. 그 곳을 공원으로 꾸며 놓았는데, 전쟁과 인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합니다. 

그래도 기념사진은 찍었습니다.  친구가 보내준 평화공원 사진도 있네요. 

그리고 역시 사진에는 없는데 평화공원 일대의 모든 기념비, 탑 주위에는 생수병이 놓여 있습니다. 원폭은 그 주변의 수분을 모두 말려 버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피해자들이 끊임없이 갈증을 호소하며 물을 달라고 했다고 하네요. 그들을 기억하며 평화 공원 곳곳에 생수병이 놓여 있습니다. 참 가슴 아픈 역사입니다. 일본의 제국주의 역사를 옹호하고 연민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류 세계사의 한 부분으로서 가슴 아픈 역사입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런 처참한 피해의 결과로 독립을 얻게 되었습니다. 나가사키의 그 아픈 역사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할지, 아들을 데려온 친구가 아들에게 던진 질문을 들으며, 또 역시 많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물론 일본의 만행은 용서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그것과 별개로 전쟁과 그 전쟁의 피해는 인간의 존엄을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일본의 제국주의 역사는 결코 반복되어서도 안되고, 쉽게 잊혀져서도 안됩니다. 마찬가지로 전쟁과 엄청난 피해를 가져다 주는 대량 살상무기의 사용 또한 절대 반복되어는 안 될 일입니다. 

그리고 평화의 공원 끝에 가면, 아름답게 펼쳐진 우라카미 성당입니다. 

평화의 공원 끝에서 볼 수 있는 우라카미 성당

성당에 가려면 아래 사진에 보이는 계단을 따라 뻗은 길로 쭉 걸어가면 종탑이 두개 달린 건물이 있습니다. 교구청이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 교구청을 지나면 우라카미 성당입니다. 

우라카미 성당

https://goo.gl/maps/FYPy7stsGFB8YxWa6

 

Urakami Cathedral

★★★★☆ · 대성당 · 1-79 Motooma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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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 일본 최대의 성당이었고, 원폭으로 파괴되었었다고 합니다. 성당에 갈 계획이었고, 일정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다들 피곤하고 힘들어 했습니다. 40대 중년들이 너무 긴 시간 걸었습니다. ㅋㅋ
왜 그랬는지, 저 성당에 갈건지 말건지를 친구들이 저에게 묻더군요. 
  - 어떻게 할래?
저의 뜻에 따르겠다던 친구들. 저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습니다. 
  - 멀리서 봤으니 됐다. 나가사키 짬뽕 먹으러 가자. 

구글 지도에 달린 리뷰를 보고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잠을 못 잤던 터라 거기까지 걸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지도를 열어 리뷰를 보세요. 그리고 평화의 공원에 갔다면 꼭 우라카미 성당에 꼭 가 보시길 권합니다. 

그래서 바로 이어진 다음 일정은 점심. 모두가 기대했던 나가사키 짬뽕입니다. 

나가사키 짬뽕 맛집

https://goo.gl/maps/jWfKkPfhuJJr6d2r5

 

龍宴

★★☆☆☆ · 중국 음식점 · 4-16 Hiranoma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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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의 정식 이름은 모릅니다. 한자를 우리식으로 읽으면 용연인데, 어떻게 읽어야하는지 일본식 이름은 모르겠습니다.
정말 맛나게 먹었습니다만, 좀 짭니다. 

추가로 주문한 따꾸앙~ 저 단문지가 500엔이었습니다.ㅠㅠ
양이 푸짐했구요. 맛있었습니다. 맛집이라 손님이 아주 많았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땅의 블로거들은 정말 대단하십니다. 
지금 이 포스팅만 세 시간 조금 넘게 걸렸네요. 점점 빨라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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