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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소주택을 짓기 위해 땅을 보다가 작지만 적당한 땅이 나오면 고민을 시작한다.
여기 이 땅에 어느 정도의 공간을 어떻게 배치할 수 있을까?
땅이 충분히 크고 여유롭고, 땅의 위치와 모양 그리고 주변 경관만 괜찮다면 건축은 예산 안에서 여유롭게 설계하고 지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협소주택의 경우에는 조금 다르다. 예산 문제가 아니라 그 공간 안에 내가 원하는 공간들이 충분히 자리 잡을 수 있는지 확인하고 고민하는 것 부터가 시작이다. 그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착각을 하게 되고, 희망과 실망이 교차하게 된다. 좁은 땅에는 많은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협소주택을 지으려고 땅을 계약하기 전 확인하면 좋을 사항들을 정리해 보았다.
1. 오래된 주택일수록 땅의 경계를 분명히 확인해야 한다.(지적도 확인)
2. 땅의 모양과 가로, 세로 실거리를 확인한 후 건축 면적 및 구조를 구상해야 한다.
3. 여러 번 가 보아야 한다.(주변 상황 파악).
4. 전문가와 함께 땅을 검토해 보면 좋다.
1. 지적도 확인(카카오맵)
땅 혹은 집에 대한 평면의 정보가 필요하다면, 카카오맵에서 대부분 확인 가능하다. 지적도 지형도까지 볼 수 있다.
부동산에서 모두 확인해 주지만, 지적도는 직접 확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출력한 상태에서 집의 경계를 분명하게 물어 보고 확인해야한다. 뭔가 다른 선(경계)들이 집앞을 지나거나 집에 걸쳐 있는게 보이면, 소유관계, 철거 및 건축행위 가능 여부 등 부동산에 물어야 한다. 협소주택을 짓게 되는 땅은 대부분 오래된 동네의 오래된 주택들이어서 땅의 경계가 깔끔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금 설계 중인 그 땅이 그렇다. 내가 계약한 땅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정리할 예정이다.
2. 계약을 결정하기 전에 해당 물건에 여러 번 가 보아야 한다.
낮에 가서 보고 마음에 들었던 땅이나 집이, 밤에 가 보면 또 다르다. 60평 가까이 되는 아주 싸게 나온 집도 보았는데, 꽤 마음에 들었다. 위치도 괜찮았고, 방향도 일조량도 좋았다. 하지만 밤에 가 보고 마음이 조금 달라졌다. 낮에 보는 동네의 느낌과 밤에 보는 동네의 느낌은 달랐다. 소방도로에 접해있었지만 저녁이 되니 차가 거의 다니지 않았고, 도로의 진입로에서부터 스산하고 가로등도 허술해 어두운 느낌이 많이 들었다. 왕복 2차선 도로에서 꺽어 들어가는 소방도로 초입에 위치해 있었는데도, 외진 곳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딸 아이들이 버스에서 내려 걸어 들어오는 장면을 생각하다 결국 포기한 집이다. 꼭 여러 번 가 보고 동네의 분위기도 확인해야 한다.
3. 건축 면적을 확인하고 내가 원하는 공간을 설계해 보아야 한다.
그림을 그려 보면 땅과 집에 대한 생각들이 정리된다. 집을 보러 다닐 때마다 종이에 대충 그려 보고 고민하는 과정을 꼭 거치는데 실제 집짓기에 들어갈 때는 사실상 의미 없는 작업들이지만 그래도 필요한 과정인 것 같다.
아래 그림인데, 처음 구매를 고민했던 집이고 내 나이와 같은 집이었다.
이 땅 모양을 떠올리고 지도를 보며 그림을 그리고 2층도 올려 보았다. 전혀 짐작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림을 그리던 중 거리 계산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카카오맵을 이용해 계산해 보았다. 거리재기 기능이 있다. 이걸 이용해 일단 고정된 평면 하나를 얻게 되었다.
고정된 평면이 하나 나오면 그때부터는 조금 더 현실적인 구상이 가능해진다. 지도 거리재기 뿐 아니라 어플도 있었다. 지도에 그려둔 경계를 바탕으로 도면을 구성할 수 있는 어플이 있었다. 그 어플 덕에 전문가의 도움 없이 비전문적이지만 나름 만족스러운 평면도를 얻었다.
이렇게 하고 보니, 가운데 중정을 넣고 그 왼쪽에 안방과 드레스룸, 화장실을 집어 넣겠다는 생각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 것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공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집이 늦은 저녁에 가 보고는 구매를 포기한 땅이었지만, 이 땅에 대해 고민하면서 고민했던 부분은 나름 꽤 도움이 되었다.
4. 건축 전문가와 함께 땅을 검토하면 좋다.
나는 비전문가이다. 앞의 땅처럼 면적은 넓지만 모양이 예쁘지 않거나 좁은 땅 같은 경우,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집이나 땅을 보러 갈 때 건축업자와 함께 가는 것이다. 한번 땅을 보고 난 후,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부동산 중개인이 건축업자를 소개해 주었다. 그냥 상담만 받아 보는 조건이었다. 그래서 그 분들과 함께 가서 땅의 상태를 확인하고 상담을 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일조권 사선제한이라든가, 주차장, 건물 이격 거리 등 건물이 들어설 주변 환경을 고려한 사항들을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주차장의 위치와 크기 등 실제 건물이 들어설 수 있는 구역과 면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땅을 보러 갔던 두 분의 소장님들께 던진 첫 질문은 면적이었다.
일조권, 조망권 등을 고려했을 때, 이 땅에 연면적 40평 정도의 건물을 3층까지 올릴 수 있을까요?
두 분 모두 가능하다고 하셨다. 두 분 중 한 분의 소장님은 대략적인 평면도면을 만들어와 보여주셨다. 기본적인 이격거리, 일조사선, 건폐율, 주차장을 고려하면 최대 60평까지도 충분히 건축이 가능하다고 했다. 물론 실측을 해 보면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략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땅을 계약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전문가의 도움이었다.
번외1. 공간 이해
정말 많은 주택 사진들을 보며 사진에 보이는 공간의 크기와 실제의 크기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터넷에서 협소주택 사진을 보면 예쁘고 좋다. 이렇게 좁아도 이정도 공간이 나온다면 협소주택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세히 보고, 오래 보면 보인다.' 광각으로 찍어 외곡된 공간을 원래의 공간으로 이해하는 눈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러다보니 예전에 저장해둔 사진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디어는 좋은데 이렇게 붙어 있으면 불편하다. 선반이 너무 작아 실질적인 활용은 불가능할 것 같다, 공간 구상은 좋은데 거실과 주방이 너무 붙어 있다 등등 그러면서 협소주택은 정말 협소하기 때문에 모험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딱 네 가지의 기준을 정했다. 협소주택이라 모든게 좁고 아기자기하겠지만,
어느 한 공간은 충분히 넓은 공간으로 만들자.
주차장은 꼭 있어야 한다.
작지만 정원(마당)을 만들자.
서재(가족들이 책을 읽거나 공부, 취미를 즐길 수 있는 별도의 공간)가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공간을 바로 이해해야 한다. 앞서 얘기했지만 나는 공간의 크기만 계산해서 종이에 도면을 그렸었다. 이 경우 대부분 실현불가능한 구조가 되어 버린다. 예를 들면 좁은 공간에 방과 화장실 등을 넣으면 '외벽-현관-내벽-화장실-내벽-세탁실-내벽-보일러실-외벽'. 이렇게 이어진다고 가정하자. 벽체만 5개가 나오고 벽체 당 20cm 씩만 따져도 총 1미터가 되어 버린다. 여기에 내장재로 벽돌이나 타일이 들어가면 또 그만큼의 두께가 추가 되는 식이다.
나는 외벽의 두께를 계산하지 않고 정성들여 실제 치수를 재어가며 공간을 계산했고, 그 결과를 보고 만족스러워했다. 희망을 가득 안고 땅을 계약했다. 설계를 의뢰하고 시작을 하자 그 결과는 뻔했다. 우리가 생각했던 오밀조밀 모아 놓은 공간들은 모두 불가능했다. 그래서 지금은 대안을 찾으며 열심히 공간을 만들고 부수는 중이다. 머리는 아프지만 즐거운 시간이다.
번외2. 무료 도면 프로그램 활용
그리고 한번 쯤은 이런 프로그램을 사용해 보는 것도 좋다. 그냥 심심풀이로 그려 보는 것도 재미있다. 언젠가 집을 짓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미리 이런 프로그램들을 사용해 보며 아이디어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언젠가 땅을 사고 주택을 짓게될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스케치업 같은 프로그램들은 약간의 공부가 필요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무료인데다 한국어 패치를 지원한다. 무엇보다 쉽게 그려볼 수 있다. 기본적인 벽체의 두께를 확인해서 설정해 두고 공간을 긋기 시작하면 자동으로 벽 두께가 설정된 상태로 그려지기 때문에 실질적인 공간을 구상해 볼 수 있다. 방이나 거실에 들여 놓아야 하는 가구, 가전의 사이즈 등을 확인하고 공간에 넣어 봐야한다. 처음에 7.5cm의 벽체로 설정한 상태(기본 설정임)로 도면을 그렸는데 세탁기가 딱 들어갈 공간을 설계했었다. 벽체를 20cm로 넓히자 세탁기가 들어가지 못하는 세탁실이 되어 버렸다.
전문적으로 그릴 필요는 없다. 이 땅이 모양이나 크기를 봤을 때, 우리가 원하는 공간을 뽑아낼 수 있는지 정도만 확인해 보면, 땅에 대한 확신이 생긴다. 그렇게 해서 설계사를 만나도 또 불가능한 공간들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실수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현실적인 감각을 가지고 집을 지으려면 이런 프로그램도 작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스케치 업을 공부한다면 이보다 좋을 수는 없을 듯.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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